‘제자 옥한흠’,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 ‘쿼바디스’

데스크 승인 2015.01.05  19:35:35   박요셉 (yoseb8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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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하반기에는 기독교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했다. ‘제자 옥한흠’과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은 한국교회가 낳은 신앙의 선배들을 통해 교회가 걸어가야 할 길이 어떤 것인지 보여 준다. 반면, ‘쿼바디스’는 대형화·세속화된 한국교회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사진 출처 Daum 영화)

유난히 2014년은 극장에서 다양한 기독교 영화를 만나 볼 수 있던 해였다. 연초부터 미국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두 편의 영화가 잇따라 한국을 찾았다. 모두 성경 속 이야기를 다룬 영화였다. 하나님의 홍수 심판을 모티프로 한 ‘노아’가 3월 개봉했고, 천지창조, 다윗과 골리앗, 예수의 탄생과 부활 등 성경의 주요 내용을 다룬 ‘선 오브 갓’이 4월 막을 올렸다. 한편, 400년간 노예의 삶을 살아온 히브리인들이 이집트에서 나오는 과정을 담은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은 12월 3일부터 상영을 시작했다.

하반기에는 국내 감독들이 만든 기독교 영화들이 줄을 이었다. 사랑의교회를 개척한 고 옥한흠 목사의 삶을 조명한 ‘제자 옥한흠’이 10월, 자신의 아들을 죽인 청년을 양자로 삼은 고 손양원 목사의 일대기를 다룬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은 11월 개봉했다. 12월 초에는 목회자 세습·성추행·재정 비리 등 한국교회의 문제를 정면으로 고발한 영화 ‘쿼바디스’, 이렇게 세 편이 극장가를 달궜다.

국내 기독교 영화가 세 편이나 연달아 개봉한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세 영화의 공통점은 개봉 시기만이 아니었다. 십자가의 예수를 따라야 하는 교회가 현재 잃어버린 것은 없는지 묻는다.

감독들은 영화를 통해 무엇을 전하고 싶은 걸까. 한국교회는 세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단체로 관람하는 교회들

10월 30일 세 영화 중 가장 먼저 개봉한 ‘제자 옥한흠’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5년 전 세상을 떠난 고 옥한흠 목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다. 감독은 옥 목사의 흑백사진과 육성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옮겨 와, 고인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 주고자 했다.

허영과 사치를 경계하고 소박하게 살았던 고인의 모습, 그리고 9명의 교인과 개척한 교회를 수만 명이 출석하는 대형 교회로 성장시켰음에도 자신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고백, 고인은 생전에 말과 행동이 늘 일치했고 거짓이 없었다는 주변 사람들의 인터뷰 등을 보고 있자면, 감독이 제시하는 제자의 길이란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알게 된다. 영화를 제작한 김상철 감독은 “철저하게 ‘예수의 제자’로 살기 위해 노력한 고인의 삶을 보여 주려고 했다”고 했다.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한국교회를 향한 옥 목사의 충고를 여러 번 들려준다. ‘한국교회 대부흥 100주년 기념 대회’에서 설교를 전한 옥 목사는 사데 교회의 비유를 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교회가 진정으로 회개하고 죽은 행위를 벗어 버리면, 아직도 죽음의 권세 아래 신음하는 이 백성을 구원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한국교회가 믿음과 행함이 일치하는 온전한 복음을 회복하면 온갖 더러운 죄로부터, 그 죄에서 나는 악취로부터 이 사회를 치료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중략) 주여, 한국교회를 살려 주옵소서, 한국교회를 살려 주옵소서.”

▲ 사진은 여수 둔덕동(예전 미평과수원 자리) 손양원 목사 순교 유적지에 있는 비석의 모습. 비석에 새겨진 인물이 산돌 손양원 목사다. 고인은 평생을 여수에서 나환자과 함께 지내다가, 한국전쟁 때 순교했다. 현재 손 목사는 사랑하는 두 아들과 함께 묻혀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고 손양원 목사를 다룬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은 2013년 KBS가 방영한 성탄 특집 다큐멘터리 ‘죽음보다 강한 사랑 ― 손양원’을 극장판으로 가공한 영화다.

영화에는 손양원 목사의 양손자 안경선 목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안 목사의 아버지 안재선 씨는 1948년 여순 사건 때 손 목사의 두 아들을 살해한 사람이자, 고인이 양자로 삼은 청년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이러한 사정을 알게 된 안경선 목사는 손 목사의 삶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카메라는 이러한 안 목사의 시선을 쫓는다.

양할아버지 손 목사의 발자취를 쫓던 안 목사는 탄식하며 이렇게 말한다. “손양원 목사님의 사랑이 왜 나에게는 없을까.”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을 따르기 위해 자신의 아들을 죽인 원수를 사형당할 처지에서 구해 아들로 삼은 손 목사. 고인의 모습 앞에서 안 목사의 탄식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마음속에도 동일하게 울린다.

‘제자 옥한흠’과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이 개봉하자 교계는 큰 관심을 보였다. 대형 교회는 영화 시사회를 자신들의 교회에서 개최했다. ‘제자, 옥한흠’은 9월 23일·27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은 11월 여의도순복음교회·대전영락교회·수영로교회 등에서 시사회를 가졌다.

단체로 영화를 관람하는 교회도 있었다.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 배급사 (주)팝엔터테인먼트 김학중 대표는 여의도순복음교회를 포함한 온누리교회·향상교회 등 대형 교회에서 영화를 단체로 관람했고, 지금도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특히,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은 12월 25일 온누리교회 전국 12개 캠퍼스에서 공동으로 상영됐다. 김 대표는 당시 못 본 교인들과 전도용을 위해 7000여 장의 표를 교회에 제공했다고 했다. ‘제자 옥한흠’ 제작사 파이오니아21에 따르면, 미국·호주에 있는 한인 교회들도 단체 관람을 신청하고 있다.

두 영화에 대한 개신교의 관심이 크다는 것을 알아서인지, 멀티플렉스에서는 두 영화를 위해 수십 관의 상영관을 마련했다. 메가박스와 CGV는 ‘제자 옥한흠’을 위해 각각 20개와 10개 상영관을 제공했고, 롯데시네마는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을 위해 41개 상영관을 마련했다. 다큐멘터리 영화가 대개 멀티플렉스가 아닌 소극장에서 상영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제자 옥한흠’의 관객 수는 현재 5만 명 가까이에 이르렀고,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은 2만 4000여 명이 봤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2015년 1월 4일 기준)

‘제자 옥한흠’을 상영하고 있는 영화관은 국내 총 세 곳이다.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은 다섯 곳으로 줄었다. 대개 관객 수가 수백만을 넘지 않는 영화 같은 경우에는 개봉한 지 5주 이상 지나면 극장에서 상영관을 줄인다고 제작사 관계자는 설명한다. (주)팝엔터테인먼트와 파이오니아21은 앞으로 교회의 단체 관람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오는 사순절에 맞춰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오정현 목사와 조용기 목사는 ‘쿼바디스’를 봤을까

▲ 서초 사랑의교회의 모습. 고 옥한흠 목사의 후임으로 부임한 오정현 목사는 새 예배당을 건축하면서 수천억 원을 들였다. 영화 ‘쿼바디스’는 논란이 된 사랑의교회 건축비를 시작으로 한국교회의 각종 문제들을 꼬집는다. (사진 제공 단유필름)

 

12월 막을 올린 ‘쿼바디스’는 앞서 개봉한 두 영화와는 결이 다르다. ‘제자 옥한흠’과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 두 영화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는 두 목사의 삶을 통해 교회가 지향할 모습을 보여 준다면, ‘쿼바디스’는 정반대다.

마치 달의 뒷면을 비추듯이 ‘쿼바디스’는 3000억 원대의 예배당 건축·목회자 재정 비리·수억 원의 전별금·교회 세습·성추행 목사 등 한국교회의 문제를 여과 없이 보여 준다. ‘그것은 교회가 아니다’라는 부제와 함께.

영화를 만든 김재환 감독은 교회가 세상과 단절된 마당에 스스로 죄를 인정하지 않으면 세상과 대화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영화는 일종의 자기 고백이었다.

감독의 메시지가 세상에 전해졌던 걸까. 주요 언론은 ‘쿼바디스’를 개신교의 ‘민낯’을 드러낸 영화라며 개봉 소식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기독교 영화의 관객이 대다수 개신교인이었던 것과는 달리, ‘쿼바디스’ 관객에는 비기독교인도 많았다. 김 감독에 따르면, 관객의 40%가 비기독교인이다. 이들은 개신교 내부에 이런 자정과 개선의 목소리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고 했다.

하지만 외부의 반응과는 달리 개신교 내부에서는 ‘쿼바디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다. 교계 일부에서는 ‘쿼바디스’ 상영을 방해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시사회가 열리는 극장을 압박해 시사회 전날 상영관이 갑자기 바뀌거나 취소되는 일이 생겼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영화관에 상영 중지를 요청하고, 교단 총회에도 상영 중지를 위해 힘을 모아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도 초상권과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소송하겠다고 압박했다. (관련 기사: ‘쿼바디스’, 파도가 거세지만 일단은 순항)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1월 4일 기준으로 집계된 ‘쿼바디스’ 관객 수는 1만 6000여 명이다. 영화는 멀티플렉스가 아닌 대부분 예술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다. 현재 전국 9곳에서 상영 중이다. 김 감독은 영화 ‘쿼바디스’를 IPTV 및 VOD 시장에 배급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교인들이 영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제자 옥한흠’,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 ‘쿼바디스’ 세 영화가 한국교회에 요구하는 메시지는 근본적으로 같다. 대형화·세속화된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개신교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다. ‘쿼바디스’가 교회의 실태를 고발하는 영화라면, ‘제자 옥한흠’과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은 교회가 닮아야 할 모습을 보여 준다. 세 영화를 모두 본 김상철 감독은 각 감독들이 제시한 해법은 다르지만 같은 고민에서 시작한 영화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각 영화에 대한 개신교의 반응은 달랐다. 좋은 모습을 부각시키는 ‘제자 옥한흠’과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은 단체로 관람하지만, 개신교 내부의 문제를 비판하는 영화에 대해서는 불매 운동이라도 불사하겠다며 압박하려고 했다. 세 영화를 놓고 보인 이러한 교회의 모습은 한국교회의 현 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