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더미? 예장합동에도 봄날은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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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욱·오정현 판결 규탄’ 1인 시위 나선 개척교회 목사 이야기

최승현 기자 shchoi@newsnjoy.or.kr | 2016.02.16  19: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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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병욱 목사와 오정현 목사에 대한 노회 판결 결과를 보며, 예장합동 목사가 피켓을 들었다. 오준규 목사(오른쪽)는 두 판결 결과를 규탄하며 교단 목사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날 진화용 목사(왼쪽)도 피켓 시위에 동참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박무용 총회장)은 연초 두 개의 재판 결과를 내놓았다. 홍대새교회 전병욱 목사와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문제였다. 먼저 평양노회 재판국은 1월 31일, “전병욱 목사 문제는 언론에 의해 부풀려진 사건”이라고 판결했다. 다수의 여교인들이 성추행 피해를 입었고, 전병욱 목사가 성 중독 치료비를 받았다는 삼일교회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동서울노회 재판국은 6일 뒤인 2월 5일,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기소된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갱신위) 교인 13명을 면직 및 제명, 수찬 정지 처분했다. 3월 5일까지 교회를 안 떠난다면 출교할 것이라고 판결했다.

두 재판의 결과가 나오자 교단 안팎으로 비난 여론이 일었다. “목사가 교회를 감싼다”며 노회 판결이 정당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두 노회 재판국은 “공정하게 재판했다”고 일축했다.

▲ 총회 회관에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다. 오가는 사람들은 피켓 내용을 궁금해했다. 오준규 목사는 많은 목사와 장로들이 두 사건의 전말을 잘 모른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예장합동 목사, 교단 총회 회관 앞에서 피켓 들다

“사랑하는 선배, 동료, 후배 목사님들,
세상이 우리 교단을 ‘합똥’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세상이 우리를 ‘목레기’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평양노회 재판국 목사님, 도대체 이렇게 황당한 판결이 어디 있습니까?
동서울노회 재판국 목사님, 도대체 이런 몰상식한 재판이 어디 있습니까?”

예장합동 한 개척교회 목사가 두 판결에 반발하며 피켓을 들었다. 경기도 구리 낮은마음교회 오준규 목사다. 오 목사는 동서울노회 판결이 나자 페이스북에 2월 15일부터 예장합동 총회 회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부끄럽고, 창피해서, 쪽팔려서 목회하기가 힘들다”는 게 이유였다. 정의에 반하고, 사회 통념에 반하고, 성경 말씀에 반하는 판결 결과를 보기 어려워 거리에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16일, 오준규 목사를 만나러 총회 회관을 찾았다. 마침 2월 15일부터 봄 날씨같던 기온이 곤두박칠쳐 16일 오전에는 눈보라가 몰아쳤다. 오 목사는 목도리와 장갑, 귀마개까지 중무장한 채 피켓을 들고 있었다. 이날은 진화용 목사(기쁜우리교회)도 피켓 시위 대열에 동참했다. 두 사람은 동서울노회 재판에서 갱신위 교인들 변호를 맡으며 딱 한 번 본 사이다.

오준규 목사는 시위를 하면서 여러 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일단 “단체가 어디냐”며 배후(?)부터 묻는 사람이 많다. 예장합동 목사라고 신분을 밝히면 “목사님이 왜 이러고 계시냐”고 묻는다. 어떤 이는 오 목사에게 “신성한 교단 이름을 왜 ‘합똥’이라고 하느냐”며 화를 냈다. 전병욱 목사 사례를 보면서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며 분개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슨 이유 때문에 나와서 이러고 있냐”고 묻는다. 따지는 게 아니고 잘 몰라서 묻는 것이다. 차근차근 이유를 설명해 주면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고 했다. “전병욱 목사 사건은 피해자들 목소리를 듣지 않고 판결했고, 사랑의교회 교인들은 재판 한 번 못 받고 면직당했습니다. 그러니까 세상이 우리를 합똥이라고 부르는 겁니다”라고 이유를 설명해 주면 수긍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이 문제를 꼭 총회까지 들고 올라가야 한다”고 조언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 ‘합똥’, ‘목레기’는 교단 안 자조 섞인 목소리가 아닌, ‘외부의 목소리’라고 오준규 목사는 말한다. 그는 예장합동이 세상에 믿음을 주지 못했던 이전의 모습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안 바뀌는 교단 정치, “차라리 교단을 나가는 게 빠르다”지만…

오준규 목사는 노회 재판에 구조적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노회 재판이란 게, 돈과 권력, 친분에 의해 좌지우지돼요. 개혁주의 신학이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권징의 정당한 집행’인데 지금 우리 교단은 이게 제대로 안 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 이유도 짚었다.

“우리 교단에 어른이 없어서 그래요. 이 세태가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꾸짖을 수 있는 사람이 없잖아요. 노욕에 빠진 사람은 많아도 정말 어른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어른이라고 해 봐야 대형 교회 목사만 생각하고요.”

옆에서 듣던 진화용 목사도 한마디 거들었다.

“젊은 목사들 소리 안 듣는 것도 한몫해요. 젊은 사람들이 옳은 소리, 정직한 소리 해도 안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슨 얘기 해 봐야 ‘노회 체면 깎아먹는 이야기 아니냐. 잘못이 있더라도 노회를 위해 덮어야 한다. 노회에 덕이 안 된다’는 소리만 들어요.”

진화용 목사는 이번 오정현 목사 사건을 봐도 그렇다고 했다. 사랑의교회가 잘못한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교회인데, 여기마저 흔들리면 안 된다는 마음이 노회원들에게 있다고 했다.

오준규 목사가 피켓 시위를 하겠다고 알리자, 차라리 교단을 탈퇴하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쓰레기 더미에서 탈출하라고 조언해 주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오 목사는 예장합동이 자신을 제명하지 않는 이상 교단을 나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뜻있고 의식 있는 목회자들이 예장합동에도 많다고 했다. 시위에 나서자 지지하고 격려하는 손길이 있다고 오 목사는 말했다.

오 목사는 일단 목요일까지 피켓을 들고 시위할 예정이다. 특히 18일 목요일에는 총회실행위원회가 있어 전국 각지의 중직 목회자들이 모인다. 오 목사는 이날 시위에 함께할 예장합동 목회자들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겨울이지만 예장합동에도 봄날이 올 거라고 봐요.”

오준규 목사는 소속 교단 예장합동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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