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8-01-12 15:06수정 :2018-01-1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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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예배당 크기 늘리려 공공도로까지 점유하며 무리한 공사
법원 잇따라 ‘위법’ 판결…대법 확정 땐 예배당 철거해야
토지매입·공사비 3001억…도로 복구비 391억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 전경.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 전경.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서울 강남의 노른자위 땅에 두 동짜리 고층 유리빌딩으로 세워진 교회가 있습니다. 바로 개신교 사상 최고가 건물인 ‘사랑의교회’ 입니다. 지금 이 건물의 예배당이 철거 위기에 놓였습니다. 사랑의교회는 2010년 서초구청의 허가를 받고 ‘공용 도로’의 지하 공간에 예배당 등을 만들었는데요. ‘서초구청이 내준 도로점용 허가는 불법이다’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관련 기사 : ‘사랑의 교회’가 점용한 서초역 지하공간, 2심도 “허가 취소”)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면, 사랑의교회는 예배당을 철거하고 도로를 원상 복구해야 합니다. 이 건물을 짓는데 들인 비용은 3001억원입니다. 예배당을 철거하고 도로를 복구하는 비용도 390억가량이라고 합니다.
‘도로 지하 공간을 점용해 사용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의견은 공사 첫 삽을 뜨기 전부터 꾸준히 제기 됐습니다. 그럼에도 공사는 강행됐죠.
■예배당 크기 늘리려 공용도로 파고 들어가
사랑의교회는 2009년 6월 현재 교회 부지를 대림산업으로부터 1175억원에 매입했습니다. 하지만 설계 과정에 뜻밖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매입한 부지가 예상보다 작아 4500석 규모의 예배당밖에 만들 수 없다는 견적이 나온 겁니다. 애초 예상했던 6000석보다 작았습니다. 2003년 부임한 오정현 목사는 예배당 크기를 늘리기 위해 인근 공공도로의 지하를 파고들어 가기로 했습니다.
2011년 ‘사랑의교회’ 건설 현장. 빨간 점선 부분이 사랑의교회가 점유한 공공도로다. 사진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2011년 ‘사랑의교회’ 건설 현장. 빨간 점선 부분이 사랑의교회가 점유한 공공도로다. 사진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처음 서초구청의 반응은 부정적이었습니다. 도로의 지하공간을 사랑의교회에 내주려면 도로 아래에 있는 통신시설과 상·하수도 시설 등을 모두 철거하고 이전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케이티(KT)와 서울도시가스 등도 “현재 설치된 배관 철거 시 다수의 공급중단이 발생하고 고객에게 불편을 초래하게 된다”, “과도한 도로 절취 시 상수도관 유지관리에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보내왔습니다. 하지만 결국 서초구청은 교회 신축 공간 일부(325㎡)를 어린이집으로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도로 1077㎡의 지하공간을 내어주기로 도로점용허가 및 건축허가를 내어줬습니다. (▶관련 기사: 강남 ‘사랑의 교회’ 기막힌 신축공사)
이 논란은 결국 법정으로 갔습니다. 2011년 11월 황일근 당시 서초구의원 등 서초구민 6명이 ‘도로점용 허가 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며 주민소송을 낸 것입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구청과 교회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도로점용 허가는 주민소송의 대상이 되는 ‘재산 처분과 관련된 사안이 아니다’라며 도로점용 허가의 적법성 여부를 따지지도 않고 소송을 각하한 겁니다.
■오정현 목사 “사회법 위에 영적 제사법 있다”
논란은 이렇게 마무리 되는 것 같았습니다. 소송이 진행 중일 당시 이 교회의 오정현 담임목사는 공공도로 점용의 위법성 논란에 대해 ”세상 사회법 위에 도덕법 있고 도덕법 위에 영적 제사법이 있다”고 당당히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관련 기사 : ‘공공도로 점유’ 사랑의교회 목사 “사회법 위에 영적 제사법 있다”)
오 목사는 2012년 8월 설교에서 공공 도로 지하 부분을 포기하고 교회 본당을 줄이자는 의견에 대해 “그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기회를 잘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설계 변경과 건축 기간 연장 등 수백억의 돈이 더 들어가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황당함이 있기 때문에 결국 그 말은 건축하지 말자는 말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 마디로 말해 영적인 배수진을 쳤고, 출사표를 던졌다”고 덧붙였죠.
그러나 오 목사의 배수진은 대법원 판결에서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 5월 대법원이 1심과 2심의 판단을 뒤집어 버린 겁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도로점용 허가는 실질적으로 도로 지하부분의 가치를 제3자로 하여금 활용하게 하는 임대 유사 행위로서 도로의 재산적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며 주민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도로점용 허가 여부가 적법한지 판단하라’며 소송을 다시 행정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파기환송심 1심·2심 재판부 “도로 점용 허가는 위법”
사건을 돌려받은 법원은 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한 지 6년 2개월 만인 지난해 1월 “도로 점용 허가를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리며, 서초구민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관련 기사: 법원, 사랑의교회 도로 점용 “취소하라”)
서울행정법원 3부(재판장 김병수)는 “지하 예배당 등 사실상 영구시설물에 해당하는 시설물을 설치해 영구적인 사권(개인 권리)을 설정하는 것은 ‘도로에 대해선 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도로법에 위배된다”며 “이런 도로점용허가를 받아들이게 되면 향후 유사한 내용의 신청을 거부하기 어렵게 되어 그 결과 도로 지하의 무분별한 사적 사용과 공중안전 위해 우려가 증가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어제(11일) 나온 항소심의 판단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문용선)는 도로 점용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뒤 “도로 지하 부분을 이용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도로점용 허가를 추진한 데는 대형교회를 지향하여 거대한 건축물을 건축하려는 의도가 상당히 반영된 결과라 볼 수 있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사랑의교회가 기부 체납한 어린이집에 대해서도 “종교시설 건물 내에 설치된 어린이집은 통상 해당 종교를 가지고 있는 교인들에게 친숙하게 느낄 수 있어 다른 종교가 있거나 종교가 없는 인근 주민들이 이용하기는 정서상 쉽지 않다”며 “일반인들이 거부감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영유아 보육시설을 확충하였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초구는 상고하겠다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법원 판단까지 받아보겠다는 거죠. 대법원에서 판단이 또 바뀔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건을 파기환송할 당시 대법원의 판결을 보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미 공익적 성격의 도로 점유가 아니다고 의견을 덧붙였기 때문입니다.
“위 도로의 점용 목적은 특정 종교단체인 참가인(사랑의교회)이 종교시설을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는 것으로서 그 허가의 목적이나 점용의 용도가 공익적 성격을 갖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2016년 5월27일 대법원 판결문

■사랑의교회 “확정되면 도로 원상복구하겠다”

사랑의교회는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도로를 원상복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이 도로의 지하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가 있을까요? 교회 예배당의 앞부분 강대상(교회에서 설교를 하는 대)과 지하 주차창으로 들어가는 진입램프 등의 시설이 들어가 있습니다. 사랑의교회는 예배당 일부를 철거하고 도로를 복구하는데 391억원가량이 든다고 이야기합니다.

빨간 선 아랫 부분이 공용 도로 아래에 건축됐다. 도로를 복구하면 빨간선까지 예배당을 철거해야 한다. 자료 황일근 전 서초구의원 제공.
빨간 선 아랫 부분이 공용 도로 아래에 건축됐다. 도로를 복구하면 빨간선까지 예배당을 철거해야 한다. 자료 황일근 전 서초구의원 제공.
사랑의교회 관계자는 “이 소송의 피고는 서초구청이기 때문에 상고할 지 여부는 서초구청의 판단을 존중하며, 최종 결과도 법원의 판단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도시계획에 따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주차장 출입구를 참나리길(점용 도로) 쪽으로 냈는데, 법원 판결을 따르자면 주차장 출입구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며 “예배당 공간 등을 공적으로 쓸 수 있게 노력해 왔는데 판결 등의 결과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랑의교회는 12일 공개한 보도자료에서 “이 같이 공익적 역할과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주민들과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라는 불교계 시민단체가 연대해 소송을 이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며,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복구비 391억원은 누가 내야 하나
391억원. 그렇다면 이 비용은 모두 사랑의교회가 내야 할까요? 아니면 서초구청과 함께 내야 하는 걸까요? 아래의 서초구청 도로점용허가처분을 보면 좀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5. 점용기간이 만료되었거나 점용을 폐지 또는 허가가 취소되었을 때는 허가받은 자(사랑의교회)의 부담으로 도로를 원상복귀하여야 하며, 원상회복 전까지는 변상금을 납부하여야 한다. 11. 허가받은 자는 도로의 점용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민·형사상의 모든 책임을 진다.
사랑의교회는 허가를 받으며 모든 책임을 스스로 감당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초구청에 소송을 제기할 순 있겠지만 승소할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왕복 8차선과 6차선의 대로변 교차지점이면서 지하철역과 접해 있는 도심을 매입하는데 다소 주저했지만, 이 땅에 주님의 복음이 들어온 지 100년이 넘은 시기에 한국 교회가 우리 사회에서 보다 강하고 폭넓은 영향력을 주어야 한다는 소명감에서 매입하기로 했다.”
사랑의교회는 서초구 부지에 교회를 올린 배경을 누리집에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회법을 어겨가며 지어올린 건물은 주님의 뜻이었을까요? 아니면 바벨탑처럼 크기와 성장, 성공 신화에 매몰된 한국교회의 탐욕이었을까요? 황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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