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용료 20억, 민원 처리 30억, 복구비용 391억…”거대 건축물 지으려는 의도 상당”
구권효 기자(mastaqu@newsnjoy.or.kr)  승인 2018.01.15 19:45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의 공공 도로점용이 파기환송 2심에서도 취소됐다. 서울고등법원은 1월 11일, 도로점용을 취소한 1심 판단을 그대로 인정했다. 교계뿐 아니라 일반 언론까지 판결 소식을 기사화하며, 교회가 이를 복구하려면 391억 원이 든다고 대서특필했다.

법원은 이번에 1심 판결문을 일부 수정·보완했다. 판결문을 보면 새삼 사랑의교회가 이 도로를 점용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는 느낌이 든다. 더불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도로점용 허가를 얻어 낼 수 있었던 이유에 의문점이 남는다. 이번 판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을 정리해 봤다.

사랑의교회 서초 예배당.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통신·가스·수도 시설물 매설
유관 기관은 왜 갑자기 입장 바꿨나

서초구청은 사랑의교회가 예배당 뒤쪽 이면 도로 참나리길 지하를 점용하게 해 달라고 신청한 2009년 말부터 유관 기관에 자문을 구한다. 당시 참나리길 지하에는 상수도관과 통신 시설물, 도시가스 배관 등이 매설돼 있었다. 만약 서초구청이 사랑의교회 도로점용을 허가한다면, 이것들을 모두 이설해야 했다.

주식회사 KT는 2010년 2월 24일 “도로 후퇴로 통신 시설물이 저촉될 가능성이 있으며, 저촉에 따라 이설해야 할 통신 시설물은 공사 소요 기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서초구청에 회신했다.

서울도시가스 주식회사는 이틀 뒤 “현재 설치된 배관 철거 시 다수의 공급 중단 수용가가 발생하고 도시가스 고객에게 불편을 초래하게 되므로, 도시가스 배관을 철거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협조 부탁드린다”고 회신했다.

같은 날 서초구 재난치수과도 “현장 확인 결과 이 지역에는 공공 하수 시설이 매설돼 있어, 하수처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지이므로 점용이 불가하다”고 회신했다.

강남수도사업소는 3월 2일 ‘상수도 분야 협의 사항’이라는 제목으로 회신했는데, 그중에는 “과도한 도로 절취 및 성토 시에는 상수도관 유지 관리상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서초구 도로관리과도 부정적이었다. 도로관리과는 예배당을 ‘영구 시설물’로 봤다. 법대로라면 공유재산에는 영구 시설물을 건축할 수 없다. 이미 매장돼 있는 배관 등을 옮기는 것도 문제지만, 공공 도로 지하에 이런 대형 영구 시설물을 건축하는 경우는 원상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봤다. 다른 구區에서도 이런 사례가 없다고 했다.

서초 예배당 건축 현장. 사진 왼쪽에 있는 도로가 참나리길이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모든 것이 부정적인 상황. 그러나 2010년 3월, 사랑의교회가 예배당 한편에 어린이집을 만들어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보이자, 서초구청은 도로 지하의 영구 점용을 허가했다. 이후 상황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강남수도사업소가 2010년 12월 상수도관 이설을 승인했고, 서초구 재난치수과가 2011년 1월 하수 시설물 이설 및 준설을 협의했다. 같은 달 서울도시가스 주식회사도 도시가스 배관 이설을 승인했다.

당시 사랑의교회가 도로점용 허가를 받은 것과 지하철 출구를 예배당 입구로 연결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정치계 인사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MBC PD수첩은 2011년 4월 방송에서, 사랑의교회 교인이자 서초구 국회의원이었던 이혜훈 의원 등 정치인들이 지자체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시 한 번 “예배당은 공익 시설 아냐”
도로 공사하면서 민원 해결로 30억

법원은 이 도로점용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도로 관리청인 서초구청은 도로점용을 허가하면서 공익과 사익을 비교·형량하는 데 있어, 비례·형평의 원칙을 위반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서초 예배당이 공익적 목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사랑의교회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로 교회 건물 용도로만 쓰이고 있을 뿐, 도로 본래 용법에 따른 사용 혹은 인근 주민의 공공적 이용에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공공적으로 이용되는 정도도 미미한 것으로 봤다. 그것도 교회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지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어린이집을 제공받아 영유아 보육 시설 확충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달성했다는 서초구청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어린이집이 교회 예배당 한쪽에 있어,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거나 종교가 없는 주민이 이용하기가 정서상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주민에게 불편을 주면서까지 원래 매장돼 있던 시설물을 옮긴 것도 문제라고 봤다. 재판부는 “(지하 시설물을 옮기는) 교회 건물 공사로, 인근 주민에게 도로점용 부분의 지상을 통행할 수 없는 불편을 끼치면서까지 도로점용 허가가 이뤄져야 할 당위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는 나오지 않지만, 사랑의교회는 이 부분을 공사하면서 민원을 처리하기 위해 30억 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사랑의교회가 예전 회계장부 열람 소송을 벌일 때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공사 당시 참나리길 인근 토지 소유자들이 민원을 제기해 공사 기간이 6개월가량 지연됐다. 교회는 땅 소유자들과의 합의금으로 30억 원을 썼다고 했다.

서초 예배당 건축 당시. 돌아가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도로점용 필수적이었나
“얼마든지 예배당 지을 수 있는데…”

사랑의교회 이전에도 공공 도로 지하 점용을 신청한 교회가 있었다. 2006년 서울 동대문구 D교회는 예배당과 도로 하나 건너에 있는 비전센터를 연결하는 지하 통로를 만들려고 구청에 도로점용을 신청했다. 이 사건은 구청이 점용을 불허해, 교회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대법원까지 간 소송은 결국 구청의 점용 불허가 정당했다고 결론 났다.

이번 사랑의교회와 관련한 판결에서도 이 사례가 인용됐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사랑의교회는 D교회 도로점용 신청보다 공익성이 부족했다. D교회의 경우 도로 지하에 매설물이 없었다. D교회는 도로 지하 점용을 통해 지하주차장과 출입구를 설치할 계획이어서, 일대 교통 소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사랑의교회는 일반 예배당을 지으려 한 것이지만, D교회 비전센터는 사회복지 시설이었다. 또 D교회가 점용 신청한 부분은 폭 6.4m, 길이 8m, 전체 면적 51.8㎡에 불과했다. 그러나 사랑의교회는 폭 7m, 길이 154m, 전체 면적 1078㎡를 점용했다. 법원은 서초구청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여지가 훨씬 크다고 판단했다.

공익적 목적도 없고, 유관 기관도 모두 부정적이었다. 사랑의교회는 10년간 공공 도로 지하를 점유하면서 20억 원을 사용료로 지불하고 있고, 공사 중 민원 처리를 위해서만 30억을 썼다. 왜 이런 무리수를 뒀을까. 법원의 판결이 뼈아픈 부분이 여기다.

“사랑의교회는 예배당을 건축하는 데 있어 도로 지하 부분을 이용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므로, 점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사랑의교회가 도로 점용 허가를 추진한 것은 대형 교회를 지향하여 거대한 건축물을 지으려는 의도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결과라고 볼 여지도 있다.”

서초 예배당 조감도.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사정판결 대상 아니다”
취소 확정 시 예배당 허물 수도

한편, 서초구청과 사랑의교회는 ‘사정판결’을 주장했다. 행정소송법 제28조 사정판결은, 위법이지만 처분을 취소하는 게 공공복리에 현저히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때,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것이다. 서초구청과 사랑의교회는 설령 이 도로점용 허가가 위법이더라도, 지하 공간을 원상 복구하는 것이 오히려 주민에게 불편을 끼친다며 사정판결을 요청했다.

취소 처분이 확정돼 사랑의교회 예배당이 점유하고 있는 지하를 원상 복구하게 될 경우 수백억 원대의 대공사가 예상된다. 사랑의교회가 2012년 제출한 서류를 토대로 391억 원이다. 지금은 또 얼마가 들지 모른다. 기둥이 없는 본당으로 설계돼, 일부를 허물 경우 위험성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법원은 이것이 사정판결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공공 도로를 특정 사인이나 단체만 이용하게 한 것은 위법 사유가 결코 작지 않으며, 서초구청이 이 위법성을 해소할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만약 취소 처분이 확정된다면, 사랑의교회는 정말로 예배당을 허물게 생겼다.

법원은 사랑의교회가 “대형 교회를 지향하며 거대 건축물을 지으려는 의도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결과라고 볼 여지도 있다”고 판단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